임금피크제의 유형별 대상조치의 적정성

관리자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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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임금피크제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에 대하여 추가적인 고용을 보장하면서 그 기간 동안 근로자의 임금을 하향 조정하는 제도이다.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보장과 아울러 청년층의 일자리 확대도 연계할 사회·경제적 필요에 따라 도입 및 확산되었다.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되는 고령 근로자 입장에서 제도 도입으로 인한 고용조건의 변화는 매우 민감한 주제이며, 연령에 따른 차별 이슈도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쟁점에 대한 지속적인 논란이 있던 가운데 2022년 대법원(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임금피크제의 정당성 판단의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어서 하급심 법원들도 다양한 판례를 통해 임금피크제의 여러 유형에 대한 구체적 정당성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하급심 판례를 임금피크제의 유형에 따라 정리해 봄으로써 임금피크제의 정당성 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임금피크제 유형 – 정년보장형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형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정년보장형: 정년을 보장해 주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 ② 정년연장형: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 ③ 고용연장형: 정년퇴직 이후에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

 

대상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정당성 판단의 기준을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 4가지 사항으로 판시하였다.

 

정당성 판단의 요소 중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절감 재원 사용처에 대해서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절감 및 고령자 고용안정의 목적으로 도입되고 그 절감 재원이 신규 채용 등으로 사용되었다면 판례는 정당하다고 보는 경향이다. 따라서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는 임금 감액의 폭 및 기간 등을 따져 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와 그러한 불이익(불리한 처우)에 대응한 대상조치들이 적정하였는지로 귀결된다.

 

3. 판례(하급심)의 동향으로 살펴본 임금피크제의 유형별 정당성

 

임금피크제 판결에서 합리적 이유의 존재 여부를 다툴 필요가 있는 유형은 정년 전 근로자에게 임금 감액이라는 불이익 조치를 수반하는 정년보장형과 정년연장형이다. 정년 ‘보장’인지 ‘연장’의 기준은 사업장 내 임금피크제 도입 시 ‘만 60세’라는 법정 정년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내 임금피크제 도입시 실제 정년을 기준으로 설정된 유형이다.

 

대상조치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판례는 대상판결과 같은 ‘정년보장형’의 경우, 기 정년이 보장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고령근로자의 임금감액이 이루어지는 사정을 고려하여 충분한 대상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정년연장형’의 경우 정년연장 자체(비록 만 60세 정년의 법정 의무화에 따른 연장이라 하더라도)를 임금감액에 따른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로 보기 때문에 정년보장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보는 경향이다.

 

(1)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와 대상조치의 적정성

 

가. 정당성이 인정된 사례

 

충분한 대상조치를 도입한 경우 : A공사는 2급 이상 근로자들에 대해 직전 연도말의 기본급을 기준으로 4년간 매년 10%에서 25%까지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였으나, 근로시간을 단축 규정 신설, 전문위원직 제도 도입, 직무전환에 필요한 전직 지원교육을 실시하는 등 충분한 대상조치를 시행하여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또한 B공사는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의 임금을 1년차에 20% 감액, 2년차에 40% 감액하였는데 이는 타 공공기관과 비교하더라도 임금피크제의 적용기간 및 임금감액율 등이 과도하지 않으며, 복리후생비 등은 감축 없이 유지하였고, 대상조치로서 6개월 간 생애경력 설계 프로그램 참여 및 구직 상담 진행, 퇴직일까지 구직활동을 위한 자율근태실시, 자격증 취득·어학시험 준비 등 전직을 위한 자기계발 교육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퇴직예정자 공로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하였으며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별도 직군으로 분류하고 희망업무로 업무를 변경하여 수행토록 하여 충분한 대상조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나. 정당성이 부정된 사례

 

대상조치를 전혀 도입하지 않은 경우 : 다수의 판례는 정년이 연장이 되지 않았음에도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급여는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5%에서 15%까지 감액된 것에 비해 담당 업무, 업무량, 근무시간에 대한 조정 등 별도의 대상조치가 전혀 도입되지 않았으며, 청년고용을 확대한 것은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 대한 대상조치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에 규정된 연령을 이유로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대상조치를 도입하였음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 경우 : B공사 임금피크제는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성과와 상관없이 1년차 7%, 2년차 12%, 3년차 20%로 급여를 감액한 임금피크제가 대상조치로서 도입한 퇴직금 중간정산,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전환은 퇴직금 손실을 줄이는 수준에 그치는 최소한의 조치이며, 공로연수제도 또한 공로연수 시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퇴직하는 경우에는 공로연수를 받지 못하여 그 전에 삭감된 임금에 대한 보전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바, 보수의 삭감 정도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음에도 충분한 대상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이 부정되었다.

 

(2)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와 대상조치의 적정성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판례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대상조치가 없거나 적더라도 정년보장형에 비해 다소 유연하게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 정당성이 인정된 사례

 

충분한 대상조치를 도입한 경우 : C주식회사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4년 동안(만 56~59세) 연 임금액의 100%(= 만 56세 10% + 만 57세 20% + 만 58세 30% + 만 59세 40%) 가량을 삭감하였으나, 정년이 2년 연장됨으로써 결국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으며,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판례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일 뿐 아니라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 대해 정부지원금과 인사평가등급에 따른 성과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신규제도로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와 ‘직원 가족사랑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임금 삭감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 조치를 충분히 마련하였다고 평가하여 정당한 임금피크제로 보았다.

 

정년연장만으로 충분한 대상조치를 도입하였다고 인정된 경우 : 다수의 판례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며, 정년연장형의 경우 별다른 대상조치가 수반되지 않아도 정당하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나. 정당성이 부정된 사례

 

정년연장만으로 충분한 대상조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경우 : D주식회사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성과등급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시 5년간 직전 연간 보수 총액 대비 45% 내지 70%만을 지급받게 되며, 특히 이전에는 만 55세부터 기존의 정년이었던 만 58세까지 기존 보수 총액 대비 약 3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반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는 만 55세부터 만 60세까지 성과평가에서 A+이상의 등급을 일정 횟수 달성한 경우에만 기존 보수 총액 대비 300% 이상의 임금 총액을 수령할 수 있게 되어 근무 기간이 2년 늘어났음에도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되어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은 큰데 반해 업무량, 업무강도를 저감하는 등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를 적절하게 마련한 사항은 없다고 지적하며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4. 맺음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를 적정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 여부, 감액의 규모 등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 대상조치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년보장형의 경우 기존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만이 삭감되는 것으로. 대상조치의 적정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널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판례는 정년연장형의 경우라도 임금 감액이 과도할 경우 그러한 불이익에 대응하는 충분한 대상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정당성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범위 안에서 운용되는 것은 고령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기업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사업장 내 임금피크제를 정당성과 효율성을 갖춘 제도로서 원할히 운용하기 위하여 판례에서 제시하는 근로자들의 불이익과 그 대상조치의 적정성에 대한 여러 사항과 기준들을 주의 깊게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