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관련 실무상 쟁점

관리자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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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9. 1. 15.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이 법률에 규정되어 같은 해 7. 16.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당시 법령에는 사용자의 조치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이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2항의 객관적 조사 의무, 동조 제7항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등 사용자의 의무를 강화하여 해당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2021. 10. 14. 시행되었다.


개정법률 시행 이후 약 2년 9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비밀누설 금지의무(또는 ’비밀유지의무‘라 함)’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밀누설 금지 의무의 범위나 실제 조사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등 여전히 실무상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바, 이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밀누설 금지의무 관련 실무상 쟁점과 유의사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비밀누설 금지의무’의 의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7항은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하여 직장 내 괴롭힘 조사참여자 및 관련자에게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비밀’이란 비공지성(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아니한 사항)과 보호 필요성(비밀로 지키고 유지할 이익이 있는 사항)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판례는 ‘타인의 비밀’의 의미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보아 비밀의 의미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누설’이란 아직 비밀을 모르는 제3자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인데,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비밀을 알리는 누설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고 보아야 하며 심지어는 비밀을 알지 못하는 제3자가 비밀이 기재된 서류를 열람하는 것을 묵인하는 등 ’부작위에 의한 경우’도 누설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종합하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에서 규정하는 ‘비밀누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아직 비밀을 모르는 제3자에게 알리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조 동항 단서에서 비밀누설 금지의 예외 사유로 규정한 ‘조사 및 조치 의무자인 사용자에 대한 보고’ 외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관한 모든 정보(피해근로자·신고인·참고인을 포함한 모든 조사참여자의 신원, 신고내용, 조사 진행 상황 등)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비밀누설 금지의무의 범위

 

(1)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자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자의 범위와 관련해 실무상 판단이 어려운 부분은 피해근로자 혹은 신고인이 그 범위에 포함되는지일 것이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7항에서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부분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피해근로자는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야 하기에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보의 누설을 엄격히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피해근로자는 동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조사 과정에서 지득한 비밀을 공공연하게 누설해도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는 없다.

위 규정은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자의 범위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라고 명시하였으므로 피해근로자 또는 신고인 역시 ‘조사 과정에 참여한 자’로서 조사 과정에서 지득한 모든 사실에 대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한다.

아울러 대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과 유사한 법리가 적용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 진행 시의 비밀누설 금지와 관련하여, “조사 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사실이 있는바, (피신고인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피해근로자나 신고인이 피신고인의 언행을 사내 게시판 등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거나, 다수의 직원에게 피신고인을 대상으로 한 신고내용을 유포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피신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고소가 접수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는 신고인을 포함하여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참여하는 모든 자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에 포함됨을 안내하고, 정식 조사 진행 전 비밀유지의무 서약서 등을 작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사용자의 감독 의무

한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7항 본문에 따른 비밀누설 금지의무에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준수에 대한 ‘사용자의 감독의무’가 포함되어 조사참여자가 비밀을 누설한 경우 사용자에게 비밀누설 금지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7항 본문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 즉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본인이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을 의무’인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다른 사람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감독할 의무’와는 다른 내용의 의무라고 할 것인바, 같은 항 본문에 따른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의 조사 과정에서 비밀을 알 수 있는 사람(조사참여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이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지, 해당 규정을 “사용자”에게 ‘조사참여자가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준수하는지를 감독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회시하여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준수에 대한 사용자의 감독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의 규정체계상 동조 제2항부터 제6항은 각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해당 사실의 조사,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 “사용자”의 조치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동조 제7항 본문은 예외적으로 “조사참여자”에게 비밀누설금지 의무를 부과하며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조항 위반 시 과태료 부과 조항까지 두고 있는바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라 하더라도 조사에 참여하여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비밀을 지득한 이상 그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책임을 명시적으로 부과함으로써 조사 과정에서의 비밀유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용자 본인이 “조사참여자”로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지는 것 외에 다른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준수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일반적인 감독권과 신의칙상 의무 등에 근거해 피해근로자를 포함한 조사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를 징구하고 비밀유지의무 준수를 당부함으로써 2차 가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조사참여자들이 법적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는 있다고 할 것이다.

 

4. 조사 시 유의사항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전, 참고인 등 조사대상자의 범위를 확정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피해근로자의 신원이나 신고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조사 건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 역시 피해근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피해근로자와의 사전 면담 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보로 인해 피해근로자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되, 피해근로자가 지나친 불안이나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객관적 사실확인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피해근로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편 피신고인이나 참고인의 경우 조사자의 질문을 통해 신고내용을 유추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회사는 조사 진행 시 신고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유의하여 진행해야 한다. 또한, 조사참여자들에게는 조사 과정에서 지득한 비밀 일체에 대한 비밀누설 금지의무가 있으며, 비밀누설 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7항 및 동법 제116조제2항제2호에 의거 과태료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건과 관련한 비밀 유출 정황이 확인되었다면, 피해근로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여 유출된 내용 및 범위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더 이상의 유출이 없도록 조사참여자에게 경고 및 추가 안내 조치 등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비밀이 유출된 경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밀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회사의 규정에 따른 징계 등 인사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5. 마치며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전 과정에서 비밀누설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참여자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안내를 시행하는 한편,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처리 과정 중 필요 이상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체 점검하여 피해근로자의 인격권 침해를 방지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