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채용을 위한 실무상 쟁점

관리자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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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 불투명한 평가, 불필요한 개인 정보 요구 등이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채용 절차에서의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항을 규정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이라 한다)이 2014년부터 제정·시행되고 있다.

 

채용절차법은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채용 절차에 적용된다(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을 채용하는 경우는 제외). 따라서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사업장은 채용절차법을 준수하여 구직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채용 절차를 각 단계로 나누어 발생할 수 있는 이슈와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채용절차법」과 2020년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업무 매뉴얼」을 토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채용 전체 단계

 

①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거나 금전, 물품, 향응,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수수하는 행위의 금지

 

채용 과정에 있어서 누구든지 법령을 위반하여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거나 채용과 관련하여 금전, 물품, 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여기서 ‘법령’이란 채용절차법만을 칭하는 것이 아니고 「형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등 모든 법령을 포함하며, 특정되지 않더라도 사회 상규에 위반되는 경우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채용절차법」 위반 여부가 검토될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나아가 채용의 결과와 관계없이 채용과 관련하여 금품제공·수수 등의 행위만 있더라도 법 위반에 해당한다.

 

② 채용심사비용의 부담 금지

 

구인자는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 이외 어떠한 금전적 비용도 부담시킬 수 없다. 예컨대 면접, 필기시험 등의 실시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비용, 인건비, 채용광고료, 통신비, 채용사이트 이용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각종 서류의 발급 수수료, 구직자의 교통비, 우편요금 등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은 금지되는 채용심사비용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사업장 및 직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구직자에게 일부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함을 유념하여야 한다.

 

3. 채용 과정 단계

 

① 거짓 채용 광고의 금지

 

구인자는 채용을 가장하여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장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거짓의 채용공고를 내서는 안 된다. 형식적으로는 채용 광고이나 실질적으로 채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아이디어 수집 및 사업장 홍보 외에도 물품 판매, 수강생 모집, 부업 알선, 투자 유치 등 채용을 가장한 다른 목적이 있다면 모두 금지된다.

 

② 채용 일정 및 채용 과정의 고지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채용 일정, 지연 시 채용심사 지연의 사실 등을 알릴 의무가 있다. 고지할 내용은 접수부터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의 채용 일정 및 채용 과정에서 발생 되는 여러 상황 등 구직자가 알아야 할 제반 사항을 대상으로 한다. 관련하여 고지 시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구인 공고 시 전체 일정을 알리거나 단계별로 일정을 알리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하겠다.

 

③ 출신 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구인자는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을 요구할 수 없다.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라고 함은 구직자가 채용된 후 사업 또는 사업자에서 직접 수행할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를 의미하므로, 반대 해석상 직무 수행에 필요한 개인정보의 수집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집단 급식소 조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건강진단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법제처는 ‘집단 급식소 등에 근무하려는 구직자가 감염병 환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인 건강진단확인서는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바 있다(법제처 22-0052, 2022.6.17.).

 

한편 구직자의 사진이나 주소지 등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사진 부착은 구직자의 동일성 확인을 위해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서 수집하여서는 안 되는 대상 정보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요구·수집하는 것이 가능하며, 현 거주지 주소 및 주민등록상 주소 등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출신 지역을 의미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요구·수집이 가능하다.

 

④ 채용 광고 내용의 불리한 변경 금지

 

구인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는 사회통념상 채용 광고의 내용을 변경할 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예컨대 교통 편의를 위한 시험 장소의 변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불리하지 않은 변경이나 이익에 해당하는 변경은 가능하다.

 

4. 채용 확정 및 확정 후 단계

 

①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 금지

 

구인자는 구직자를 채용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 불리하게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채용 광고 내용의 불리한 변경 금지와 동일하게 사회 통념상 근로조건을 변경할 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리한 변경이 가능하며, 불리하지 않은 변경이나 이익에 해당하는 변경은 가능하다.

 

한편 복수의 내용을 변경하여 일부 조건은 이익이 되고, 일부 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나 일부 구직자에게는 이익이 되나, 일부 구직자에게는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 경우 취업규칙상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판단 기준과 동일하게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불이익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1다42301, 2004.1.27.), <일부 구직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일부 구직자에게는 불리한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구직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대법원 93다1893, 1993.5.14. 참조)이다.

 

② 채용서류 등의 귀속 강요 금지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및 이와 관련한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자신에게 귀속하도록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귀속 강요 금지 대상이 되는 채용서류라고 함은 채용 시 구인자가 구직자로부터 채용과 관련하여 제출받는 서류 등 유형·무형의 모든 자료를 의미하고, 지식재산권이라고 함은 「저작권법」과 「지식재산 기본법」 등에서 정하는 ‘저작권’과 ‘지식재산’이라고 할 것이므로 창작물을 창작한 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구직자가 제출한 아이디어, 포트폴리오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귀속을 강요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실제로 지식재산권 등이 구인자에게 귀속되지 않았더라도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③ 채용서류의 반환

 

구직자는 채용 여부가 확정된 이후 구인자에게 채용서류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 구인자가 반환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서류는 구직자가 구인자에게 제출한 일체의 서류이다. 다만 채용서류가 홈페이지 또는 전자우편으로 제출된 경우나 구직자가 구인자의 요구 없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경우에는 구직자가 반환 청구를 할 수 없고, 구인자도 반환 의무가 없다고 하겠다.

 

구인자는 구직자의 반환 청구에 대비하여 채용서류를 보관하여야 한다. 이때 보관기간은 「채용절차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구직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며, 이 기간은 ‘채용 여부가 확정된 날 이후 14일부터 180일까지의 기간의 범위에서 구인자가 정한 기간’이다. 구인자는 구직자가 ‘반환 청구를 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반환 대상 채용서류를 전달할 의무가 있으므로,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반환 의무가 있는 서류를 반환하여야 한다.


 

반환 방법은 「우편법」에 따른 특수취급우편물(등기취급)을 통하여 전달하거나 구직자와의 합의를 통하여 정할 수 있으며, 반환 장소는 구직자가 소재하는 주소지를 원칙으로 하되 특별히 원하는 장소가 있는 경우 그 장소로 한다.

 

한편 반환 청구 기간이 경과하거나 반환하지 아니한 채용서류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파기하여야 한다. 파기 의무가 있는 기간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ʻ개인정보 처리자는 보유기간의 경과,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달성 등 그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개인정보를 파기ʼ하도록 규정(제21조 제1항)하고,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 ‘지체 없이’를 5일 이내로 안내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채용서류도 지체 없이(5일 이내)에 파기하여야 할 것이다.

 

5.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채용절차법은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에게 공정한 채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중요한 법적 장치에 해당한다. 채용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과정을 통해 구직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신뢰받는 경영을 지속할 수 있으므로 채용절차법의 준수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겠다. 기업과 사회가 협력하여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공정한 채용 문화가 더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