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더원컨설팅
공인노무사 송나리
1. 들어가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병가 신청하겠습니다.”
팀원들의 근태에 대한 결재권을 지닌 팀장은 아침에 이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적잖은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병가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과 조직 질서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이에 따라 인사담당자는 직원이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하며 신청하는 병가를 어떠한 기준으로 승인해야 하는지, 급여 담당자는 병가 기간의 유·무급 여부뿐만 아니라 병가 중 유급휴일의 처리 문제까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실무적 과제에 마주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병가 제도의 법적 근거와 실무상 쟁점을 살펴보고, 기업이 바람직하게 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방향성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병가의 법적 근거 및 실무상 쟁점
병가 제도는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적 사유에 따른 질병, 부상 등의 사유’로 휴가를 부여받는 것으로 이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부여하는 약정 휴가에 해당한다. 즉 근로 의무가 있는 날이지만 근로자의 휴가 청구와 사용자의 승인에 의해 근로 제공의무가 면제된 날이다.
공무원의 경우 연간 60일의 범위에서 유급병가를 승인할 수 있지만(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 근로기준법에는 업무 외 개인 사정에 따른 질병 부상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반드시 병가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병가제도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이라면 근로자들이 병가를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병가제도를 취업규칙 혹은 단체협약으로 규정한 경우, 제도 운용과 관련한 이슈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1) 병가 신청의 승인·불승인 여부
통상 병가 신청 및 승인 여부는 단체협약 혹은 취업규칙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규정 문언이 ‘병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되어있는 경우에는 회사가 근로자의 병가 신청을 승인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반면 ‘병가를 줄 수 있다’라고 규정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승인 여부를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승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로자가 질병 등으로 인해 업무수행이 곤란하다는 사정을 이유로 병가를 신청했음에도,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를 거부하거나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운용한다면 병가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질병이나 부상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 등의 자료 제출을 근로자에게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승인 여부와 기간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근로자가 제출한 진단서에 치료 기간이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경우, 병가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근로자의 신청을 제한 없이 수용해야 하는지 여부는 현장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같이 연간 병가 사용 한도를 정하거나 1회 신청 시 허용가능한 기간을 내부 규정으로 명확히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나아가 치료 기간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요청한 기간, △해당 근로자의 업무 공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대체인력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승인 여부와 기간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병가기간과 연차유급휴가
① 병가 대신에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권장할 수 있는지
기업은 일반적으로 무급으로 처리되는 병가 대신, 근로자에게 부여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거나 ‘병가를 신청하는 직원은 연차휴가를 우선 사용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 등으로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를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노·사간 약정에 따른 것으로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근로자의 신청 없이 다음 해에 발생할 연차휴가를 병가 사용 시 의무적으로 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연차휴가 발생 여부가 불확정적이고, △근로자의 정신적 · 육체적 휴양 기회 제공 등을 위한 연차유급휴가의 취지에 반할 수 있으며, △향후 발생할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근로자의 시기 지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근로개선정책과-4027, 2014. 7. 18.).
따라서 사내 규정을 통해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를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나, 미사용 연차유급휴가가 없는 근로자에게 다음 해 연차를 선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② 연차휴가 산정 시 병가 기간에 대한 처리 여부
고용노동부는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 산정에 있어 출근·결근 인정 여부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장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보고 있으므로(임금근로시간과-2972, 2021. 12. 27.), 회사는 병가제도를 운용하는 경우 그 처리 방식에 대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
병가는 소정근로일 중 근로자의 청구와 사용자의 승인에 따라 근로 의무가 면제된 약정휴가로서 휴직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개인적인 사정 등에 의한 질병 휴직 기간을 연차휴가 산정 시 결근으로 처리하는 것이 부당하며, 근로관계의 권리·의무가 정지된 것으로 보아 소정근로일수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볼 때(임금근로시간과-1736, 2021. 8. 4.), 병가 역시 △사용자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허용된 휴가이므로 이를 단순히 결근으로 처리하기도 어려운 점, △그러나 병가기간을 전부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기에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적인 사정 등에 대한 질병 휴직 처리 방식과 동일하게 병가 사용기간을 소정근로일수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3) 병가 기간의 유급·무급여부
병가 기간에는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 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병가 기간을 유급으로 규정한 경우에는 반드시 그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해야 한다.
(4) 병가기간 중 유급휴일 처리여부
근로기준법상 휴일 및 유급휴일 제도의 규범적 목적에 비추어 보면, 유급휴일의 특별규정이 적용되려면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해 왔고 계속적인 근로 제공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 사유에 따른 휴직 등으로 근로자의 주된 권리·의무가 정지되어 근로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간에는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바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3277 판결).
이에 따라 병가 기간 중 도래하는 유급휴일 역시 근로제공 의무가 정지된 상태이므로 원칙적으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병가 기간에 포함된 법정휴일 및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유급으로 처리할 의무가 없다. 고용노동부 또한 병가기간 중에 포함된 유급주휴일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별도로 임금 지급을 규정하거나, △당사자 간 약정 또는 지급 관행이 인정되지 않는 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근로개선정책과-3833, 2014. 7. 8.).
(5) 병가 절차 위반 및 목적 외 사용에 따른 징계 가능성
① 회사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병가를 사용한 경우
취업규칙에 따르면 병가를 사용하려는 근로자는 진단서 등의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휴가원을 소속 부서장에게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하나, 병원 발행 진단서만 팩스로 보내고 임의로 병가를 사용한 경우에 대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이후 해고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본 판정례가 있다(중앙노동위원회 2009. 6. 12. 2009부해325 판정).
이 판정례는 회사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병가를 사용한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될 수 있으며,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해고까지 정당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회사는 병가 절차준수의 중요성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될 수 있음을 근로자에게 명확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
② 근로자가 병가제도를 악용하여 병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근로자가 병가를 얻은 뒤 이를 본래의 목적과 달리 사용하는 것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자가 질병으로 인해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허용받은 병가 기간에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요양을 취하지 아니하고 불법 농성에 가담한 사례에서 법원은 복무규정상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1. 2. 8. 선고 2000누5297판결). 다만 병가 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면, 단순히 병가 중 다른 노동조합의 집회 현장에 일시적으로 참석했다는 사정만으로 병가 신청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례도 있으므로(서울행정법원 2020. 2. 6. 선고 2018구합75504 판결) 병가 중 행위가 징계사유로 이어지는지는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근로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병가를 승인하되, 이후 병가 기간 중 해외여행 등 본래 목적에 반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는 개별 사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할 수 있을 것이다.
3. 마치며
병가제도는 법률의 명시적 규정이 없는 영역이지만 그 운영 여부와 방식은 근로자의 권익보장과 기업의 인사관리 모두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일상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병가의 요건 · 절차 · 처리 방식 등을 사전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여 제도가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 아래 운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권을 존중하면서도 조직의 질서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법인 더원컨설팅
공인노무사 송나리
1. 들어가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병가 신청하겠습니다.”
팀원들의 근태에 대한 결재권을 지닌 팀장은 아침에 이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적잖은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병가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과 조직 질서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이에 따라 인사담당자는 직원이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하며 신청하는 병가를 어떠한 기준으로 승인해야 하는지, 급여 담당자는 병가 기간의 유·무급 여부뿐만 아니라 병가 중 유급휴일의 처리 문제까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실무적 과제에 마주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병가 제도의 법적 근거와 실무상 쟁점을 살펴보고, 기업이 바람직하게 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방향성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병가의 법적 근거 및 실무상 쟁점
병가 제도는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적 사유에 따른 질병, 부상 등의 사유’로 휴가를 부여받는 것으로 이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부여하는 약정 휴가에 해당한다. 즉 근로 의무가 있는 날이지만 근로자의 휴가 청구와 사용자의 승인에 의해 근로 제공의무가 면제된 날이다.
공무원의 경우 연간 60일의 범위에서 유급병가를 승인할 수 있지만(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 근로기준법에는 업무 외 개인 사정에 따른 질병 부상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반드시 병가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병가제도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이라면 근로자들이 병가를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병가제도를 취업규칙 혹은 단체협약으로 규정한 경우, 제도 운용과 관련한 이슈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1) 병가 신청의 승인·불승인 여부
통상 병가 신청 및 승인 여부는 단체협약 혹은 취업규칙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규정 문언이 ‘병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되어있는 경우에는 회사가 근로자의 병가 신청을 승인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반면 ‘병가를 줄 수 있다’라고 규정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승인 여부를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승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로자가 질병 등으로 인해 업무수행이 곤란하다는 사정을 이유로 병가를 신청했음에도,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를 거부하거나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운용한다면 병가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질병이나 부상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 등의 자료 제출을 근로자에게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승인 여부와 기간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근로자가 제출한 진단서에 치료 기간이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경우, 병가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근로자의 신청을 제한 없이 수용해야 하는지 여부는 현장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같이 연간 병가 사용 한도를 정하거나 1회 신청 시 허용가능한 기간을 내부 규정으로 명확히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나아가 치료 기간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요청한 기간, △해당 근로자의 업무 공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대체인력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승인 여부와 기간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병가기간과 연차유급휴가
① 병가 대신에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권장할 수 있는지
기업은 일반적으로 무급으로 처리되는 병가 대신, 근로자에게 부여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거나 ‘병가를 신청하는 직원은 연차휴가를 우선 사용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 등으로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를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노·사간 약정에 따른 것으로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근로자의 신청 없이 다음 해에 발생할 연차휴가를 병가 사용 시 의무적으로 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연차휴가 발생 여부가 불확정적이고, △근로자의 정신적 · 육체적 휴양 기회 제공 등을 위한 연차유급휴가의 취지에 반할 수 있으며, △향후 발생할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근로자의 시기 지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근로개선정책과-4027, 2014. 7. 18.).
따라서 사내 규정을 통해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를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나, 미사용 연차유급휴가가 없는 근로자에게 다음 해 연차를 선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② 연차휴가 산정 시 병가 기간에 대한 처리 여부
고용노동부는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 산정에 있어 출근·결근 인정 여부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장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보고 있으므로(임금근로시간과-2972, 2021. 12. 27.), 회사는 병가제도를 운용하는 경우 그 처리 방식에 대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
병가는 소정근로일 중 근로자의 청구와 사용자의 승인에 따라 근로 의무가 면제된 약정휴가로서 휴직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개인적인 사정 등에 의한 질병 휴직 기간을 연차휴가 산정 시 결근으로 처리하는 것이 부당하며, 근로관계의 권리·의무가 정지된 것으로 보아 소정근로일수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볼 때(임금근로시간과-1736, 2021. 8. 4.), 병가 역시 △사용자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허용된 휴가이므로 이를 단순히 결근으로 처리하기도 어려운 점, △그러나 병가기간을 전부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기에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적인 사정 등에 대한 질병 휴직 처리 방식과 동일하게 병가 사용기간을 소정근로일수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3) 병가 기간의 유급·무급여부
병가 기간에는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 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병가 기간을 유급으로 규정한 경우에는 반드시 그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해야 한다.
(4) 병가기간 중 유급휴일 처리여부
근로기준법상 휴일 및 유급휴일 제도의 규범적 목적에 비추어 보면, 유급휴일의 특별규정이 적용되려면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해 왔고 계속적인 근로 제공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 사유에 따른 휴직 등으로 근로자의 주된 권리·의무가 정지되어 근로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간에는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바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3277 판결).
이에 따라 병가 기간 중 도래하는 유급휴일 역시 근로제공 의무가 정지된 상태이므로 원칙적으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병가 기간에 포함된 법정휴일 및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유급으로 처리할 의무가 없다. 고용노동부 또한 병가기간 중에 포함된 유급주휴일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별도로 임금 지급을 규정하거나, △당사자 간 약정 또는 지급 관행이 인정되지 않는 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근로개선정책과-3833, 2014. 7. 8.).
(5) 병가 절차 위반 및 목적 외 사용에 따른 징계 가능성
① 회사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병가를 사용한 경우
취업규칙에 따르면 병가를 사용하려는 근로자는 진단서 등의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휴가원을 소속 부서장에게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하나, 병원 발행 진단서만 팩스로 보내고 임의로 병가를 사용한 경우에 대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이후 해고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본 판정례가 있다(중앙노동위원회 2009. 6. 12. 2009부해325 판정).
이 판정례는 회사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병가를 사용한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될 수 있으며,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해고까지 정당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회사는 병가 절차준수의 중요성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될 수 있음을 근로자에게 명확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
② 근로자가 병가제도를 악용하여 병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근로자가 병가를 얻은 뒤 이를 본래의 목적과 달리 사용하는 것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자가 질병으로 인해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허용받은 병가 기간에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요양을 취하지 아니하고 불법 농성에 가담한 사례에서 법원은 복무규정상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1. 2. 8. 선고 2000누5297판결). 다만 병가 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면, 단순히 병가 중 다른 노동조합의 집회 현장에 일시적으로 참석했다는 사정만으로 병가 신청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례도 있으므로(서울행정법원 2020. 2. 6. 선고 2018구합75504 판결) 병가 중 행위가 징계사유로 이어지는지는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근로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병가를 승인하되, 이후 병가 기간 중 해외여행 등 본래 목적에 반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는 개별 사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할 수 있을 것이다.
3. 마치며
병가제도는 법률의 명시적 규정이 없는 영역이지만 그 운영 여부와 방식은 근로자의 권익보장과 기업의 인사관리 모두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일상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병가의 요건 · 절차 · 처리 방식 등을 사전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여 제도가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 아래 운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권을 존중하면서도 조직의 질서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