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상 부여된 시설주의 관리·감독권 행사와 파견법상 리스크

관리자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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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상 부여된 시설주의 관리·감독권 행사와 파견법상 리스크

-특수경비 용역계약 사례 검토-

1. 들어가며

다수의 기업체는 고용의 유연화와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또는 법령상 특정 자격을 갖춘 인력을 사용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전문업체와 도급·용역계약을 체결한다. 특히 국가중요시설의 경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문업체와 특수경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도급인은 관련 법령에 따라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에 대해 시설주로서의 관리·감독 권한을 지닌다(경비업법 제14조 및 제15조).

문제는 특수경비와 같이 도급인이 법령에 따라 일정한 감독 권한을 지닌 경우, 시설주로서의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황들이 사용자의 지위에서 ‘용역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한 것’으로 판단되어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만약 근로자파견 관계로 인정되면,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도급인에게 직접 고용 의무의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2013년 인천공항공사 특수경비원 사건1)에서 도급인에게 법령상 부여된 관리·감독권이 존재할 경우, 시설주의 관리·감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근로자파견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의 판례들은 시설주의 감독 행위가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종전보다 폭넓게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하에서는 관련 판례를 검토한 뒤, 그에 따른 실무상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2013년 인천공항공사 특수경비원 판례  

2013년 인천공항공사 특수경비원 사건에서 법원은 ‘용역업체 근로자인 특수경비원들과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되어 파견법에 따라 도급인과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이는 경비업법의 규정들과 부합하지 않는 상태를 초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경비업무를 전담하는 민간 경비업자를 통해 경비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경비업법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며, 경비업법에서 시설주에게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한 취지 등을 근거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비업법상 국가 중요시설의 경비업무를 맡는 경비원들은 시설주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으므로, 이러한 법령상의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근로자파견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2)이 다섯 가지 요소(지휘·명령의 실질성, 사업 편입 여부, 원고용주의 인사·관리권 행사 여부, 업무의 전문성·범위의 한정성,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조직 유무)에 따라 근로자파견 관계와 도급 등을 구별한 판결을 한 이후부터는, 시설주에게 법령상 감독권이 부여된 사안에서도 그 감독 행위가 법령상 허용 범위를 넘어 근로관계 전반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3. 타 법령상 관리감독권이 인정되더라도 파견법에 의해 엄격하게 판단한 사례


2015년 대법원3)은 근로자파견 관계와 도급을 구별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④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⑤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해당 판결은 특수경비와 같이 도급인에게 법령상 부여된 시설주의 관리·감독권이 존재하는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2015년 이후 다수 판결에서는, 시설주에게 감독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령상 정해진 업무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일 뿐’이고, ‘근로관계 전반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하며 ‘용역 근로자의 근로관계 전반’에 대해 상기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음은 시설주의 감독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를 넘어선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아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사례들이다.


[참고] 도급인에게 법령상 부여된 시설주의 관리·감독권이 존재함에도 근로자파견 관계로 판단한 사례

1.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9다239513(심리불속행 기각)

▲용역업체 직원과 도급인의 직원이 동일한 폭발물 처리반에 편제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업무분장이 사실상 구분되지 않았고, ▲폭발물 처리반장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보고, 결재, 출동 보고 등을 직접 지휘해 용역업체 현장대리인은 형식적 존재에 불과했으며, ▲사무공간·장비·교육·훈련 등 모든 요소를 도급인이 제공·관리하며, ▲교육 참여 역시 도급인의 실질적 통제 아래 이루어졌고, ▲근무시간 변경·근태 승인 등이 도급사 소속 반장의 결재를 통해 이루어져 근태 관리권이 도급인에게 있었던 사실에 비추어, 도급인이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에 대한 시설주의 감독권을 지니더라도 이는 특수경비원 근로관계 전반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지니는 것은 아닌바 위와 같은 도급인의 관여 정도에 비추어 보면 경비업법 소정의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 용역업체 직원 근로관계 전반에 지휘·감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판단한 사례

2. 제주지방법원 2020.1.16. 선고 2018가합10384

▲용역업체 직원과 도급인의 직원이 동일한 처리반에 소속되어 업무분장은 나이·연차·경력·직급에 따른 구분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서 분리되지 않았고 ▲용역직원들은 도급인 소속 직원들에게 업무처리 결과에 대해 수시로 이메일 보고를 하고, 주·야간 업무일지를 작성하여 도급사 소속 반장의 결재를 받았고, 현장출동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도급인과 용역업체 직원 간의 일상적인 지휘·보고 체계가 갖추어져 있었으며 ▲용역직원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근무시간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대리근무신청서를 작성하여 도급사 소속 처리반장의 결재를 거쳐야 했던 사실 등 도급인의 관여 정도에 비추어 보면 경비업법 소정의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 용역업체 직원 근로관계 전반에 지휘·감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판단한 사례

3. 인천지방법원 2024.5.2. 선고 2020가합53414

▲도급사가 용역업체 직원인 보안검색요원들에게 일일보고 제출, 외빈 경호, 총기휴대자 보고, 가벼운 목례 지시, 승객 동선상의 벽면을 청소 지시 등 보안검색업무에 관한 사항은 물론 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항을 직접 지시하거나 용역업체 팀장을 경유하여 지휘하였고 ▲ 도급사는 요원 자격·등급·근무형태·투입인원 등을 세부적으로 사전에 정해 용역업체 재량을 사실상 배제하였으며, 모든 교육·장비·매뉴얼도 도급사가 제공하였으며 ▲ 업무 장비와 운영 매뉴얼 전부 도급사가 제공한 사실 등 도급인의 관여 정도에 비추어 보면 경비업법 소정의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 용역업체 직원 근로관계 전반에 지휘·감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판단한 사례


즉 최근 판결들은 ‘용역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 및 근로관계 전반’에 대해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므로, 도급인은 시설주로서 법령상 관리·감독 권한을 행하더라도 파견법상 용역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휘·감독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4. 실무상 대응 방안

 

특수경비 등을 위해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업무 특성상 용역업체 근로자는 도급인(시설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이때 도급인은 시설 운영의 품질·안전·보안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어 업무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법령상 허용된 시설주의 관리·감독권 행사와 근로자파견에서의 지휘·명령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래 대응 방안을 참고하여, 업무수행 과정에서 도급인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1)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업체를 선정한다.
용역업체가 스스로 현장을 운영할 역량이 없다면, 시설주인 도급인은 시설 운영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용역업체 근로자에게 절차·기준·근무 방식까지 지시하게 될 여지가 생기고 이는 근로자파견 판단 위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용역업체 선정 시 용역업체 자체적인 근로일지·순찰일지 등 관리체계 운영 능력, 교대·인수인계 절차 마련, 장비 점검 및 현장 운영 매뉴얼 보유, 자체적인 품질관리 기준과 전문성 있는 관리자 확보 여부 등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2) 용역계약 단계에서 시설주의 법적 권한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도급인은 시설주로서 경비업법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업무장소·범위 등을 한정하거나 용역업체 근로자가 법에서 정한 교육을 이수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작업 순서, 방법, 이동 경로 등은 용역업체가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또한 도급인의 고유 권한(보안·안전 규정 준수 요구, 시설 접근 통제, 법령상 의무 이행 등)을 명확히 하고, 일상적 업무 지휘·명령이나 근로자의 근무 행동·복무에 대한 직접적 지시는 하지 않으며, 지휘·명령권은 전적으로 용역업체에 귀속됨을 분명히 해야 한다.

 

(3) 업무수행 과정에서는 ‘결과물 중심의 도급지시’만 한다.

도급인은 결과물의 품질·형상·목표 수준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내용 확인·협조·정보 교환 정도에만 관여하고, 업무일지 보고나 검사를 요구하는 절차는 최소화해야 한다. 업무수행 방식·순서·방법 등 세부 절차에 개입하면 용역업체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판단될 위험이 크다. 구체적으로 도급인은 시설주로서 업무 결과 기준 제시, 계약 이행 점검, 성과 확인, 하자 보수 등을 요구할 순 있지만, 순찰 순서·작업 방식, 근로자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 근무표·교대 편성 확정 등은 용역업체의 책임에 맡겨야 한다. 또한 작업 표준서나 매뉴얼은 결과물 기준 중심으로만 관리하고, 개별 근로자의 행동·절차에 관한 세부 매뉴얼은 용역업체가 자율적으로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4) 현장대리인의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한다.

현장대리인은 용역업체의 관리책임자로서 근무표 작성, 작업 절차 수립, 인력 배치·조정, 평가 및 교육 등 인력 운영의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에서는 종종 현장대리인이 도급인의 지시를 단순 전달하는 역할로 전락하는데, 이는 근로자파견 판단 위험을 높인다. 대법원도 ‘현장관리인 등이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도급인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도급인 등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였다’4)고 판시하며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도급인은 현장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단순히 도급인의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만 수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5) 법으로 정해진 업무 범위 외 다른 업무에 대해 지시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특수경비의 경우 업무 범위는 시설 경비, 방범, 재난예방 등으로 한정되며, 이와 무관한 기타 행정업무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00공사 사건5)에서는 형식상 특수경비대 행정조장 직책을 맡았으나, 공사의 지휘하에 보안 회의 기획, 기안문 작성, 회계 처리 등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서 역할과 임무를 수행했다며 근로자파견 지위가 인정되었다. 따라서 용역시방서상 업무 범위를 시설 경비, 방범, 재난예방 등 법정 범위로 명확히 제한하고, 실제 업무 수행 시에도 법정 범위를 벗어난 행정업무 지시는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


1)대법원 2013.7.25. 선고 2012다79439

2) 3)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4)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5)서울고등법원 2023. 5. 24. 선고 2022나2006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