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차별시정제도와 주요 쟁점

관리자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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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차별시정제도와 주요 쟁점

 

1. 들어가며

 

과거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고용노동청 진정이나 가해자에 대한 징계 여부가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희롱 발생 이후의 처리 과정, 즉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적절성과 신고 이후 발생하는 유·무형의 불이익 여부가 보다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22년 5월 이후 노동위원회를 통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차별시정 사건이 본격적으로 축적되면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권리구제 방식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근로자는 성희롱 피해 사실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이후 사업주의 미온적 대응이나 불리한 처우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직접 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 역시 단순히 성희롱 사건을 ‘종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조사 과정부터 사후 보호조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노동위원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노동위원회의 판단 결과는 향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 내 성희롱 대응은 이제 단순한 내부 노무관리의 문제를 넘어선다.

 

본고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차별시정 제도의 법적 구조를 살펴보고, 최근 판정례 분석을 통해 실무상 주요 쟁점과 대응 방향을 검토하고자 한다.

 

2.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시정 규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26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하여 사업주가 법에서 정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성희롱 신고 또는 피해 사실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해당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부여 등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며,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해고, 인사상 불이익, 평가상 차별 등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당 행위는 차별적 처우 등에 해당하여 노동위원회의 시정 대상이 된다.

 

아울러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는 이 법에 따른 분쟁에서 입증책임을 사업주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근로자가 성희롱 이후 조치나 불리한 처우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정황을 제시하는 경우, 사업주는 해당 조치가 성희롱과 무관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음을 노동위원회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차별시정 절차에서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적 처우 등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그와 같은 행위가 반복된 경우에는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남녀고용평등법」 제29조 제1항, 동법 제29조의2 제1항 및 제2항). 이는 기존의 노동청 진정 절차가 주로 행정적 제재에 집중되어 피해근로자의 실질적 권리구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일정 부분 보완한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제 단순히 법 위반을 회피하는 차원을 넘어, 피해자가 원활히 근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

 

3.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차별시정의 주요 쟁점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차별시정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주로 다루는 쟁점은 ①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 ② 사업주의 적절한 조치 이행 여부, ③ 불리한 처우의 존부로 정리할 수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선고된 주요 판정례 55건을 살펴보면 ①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를 쟁점으로 다룬 비율은 12.3%, ② 사업주의 적절한 조치 이행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비율은 32.3%, ③ 불리한 처우의 존부가 쟁점이 된 비율은 55.4%에 해당한다1), 이하에서는 각 쟁점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

 

55건의 판정례 중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를 쟁점으로 다룬 사례는 12.3%(8건)에 불과하다. 직장 내 성희롱의 존부가 노동위원회의 판단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그간 논란이 있었는데, 2025. 9. 19.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차별시정 신청을 한 경우, 노동위원회의 판단 대상에는 ▲사업주의 조사 결과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적절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성희롱 발생 여부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못하였는지 여부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5. 9. 19. 선고 2024구합73059 판결).

 

이에 따라 향후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차별시정 사건에서는 성희롱 발생 여부 자체를 둘러싼 다툼이 이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으로서는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성희롱 발생 여부를 충실히 판단하고 그 결과를 명확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나. 사업주의 적절한 조치 여부

 

두 번째 쟁점은 성희롱 신고 이후 사업주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이다. 분석 대상 판정례 중 이것이 쟁점이 문제 된 사례는 32.3%(21건)에 달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고객에 의한 성희롱으로 인한 고충 해소를 요청하며 유급휴가를 요구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중앙노동위원회 2023차별32)나, 사무실을 방문한 자의 언동으로 근로자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음에도 사업주가 분리조치 등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경남지방노동위원회 2022차별5) 등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사업주의 조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된 경우, 사업주는 피해자 보호를 중심에 두고 법에서 요구하는 조치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하며 형식적인 조치만으로는 분쟁을 예방하기 어렵다.

 

다. 불리한 처우의 존부

 

세 번째 쟁점은 성희롱 신고 또는 피해 주장 이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는지 여부이다. 검토 대상 판정례 중 불리한 처우가 문제 된 사례는 55.4%(36건)로 세 가지 쟁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예컨대 직장 내 성희롱 신고인에 대한 평가자로 가해자를 배제하지 않은 채 신고인에 대한 개인평가를 실시하고 최하위 등급을 부여한 경우(중앙노동위원회 2022차별30), 피해근로자가 고객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사업주가 인지하고, 근로자의 명시적 의사 표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경우(중앙노동위원회 2023차별32), 사업주가 근로자의 성희롱 피해사실에 대해 인지한 이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폭언이나 비방 행위를 한 경우(경기지방노동위원회 2023차별26) 등에 대하여 노동위원회는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불리한 처우 쟁점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 되는 영역으로, 기업은 신고 이후 인사·평가·근무환경 전반에 걸쳐 피해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불리한 처우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노동위원회 판정의 대상이 되는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6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도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 인정 여부와 별개로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행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4. 실무상 유의사항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성희롱 발생 여부, 조사 및 보호조치의 적절성, 불리한 처우의 존부 등 일련의 과정을 폭넓게 심사하고 있다. 특히 불리한 처우와 관련된 분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법원 역시 노동위원회의 판단 범위에 성희롱 발생 여부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조사를 보다 충실히 실시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함과 동시에, 신고 이후 이루어지는 모든 인사·노무 관리 행위가 차별이나 불리한 처우로 오인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직장 내 성희롱 대응은 이제 사후적 리스크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인사·노무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 하나의 판정례에서 복수의 쟁점이 동시에 문제 된 경우에는 각 쟁점